W. HR
(@ST_Never_End_S)
“씨발.“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저기압이었다.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원식을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보는 홍빈에게 괜히 꺼지라며 화풀이를 했다. 내가 뭘 잘못했냐며 옆에서 저를 야려보는 홍빈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양팔에 얼굴을 묻으며 책상 위로 엎드렸다. 그냥 별 건 아니었고, 아닌가, 누군가에겐 심각할지도 모르는 문제였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 해당하는 게 자신이었기에 원식은 더욱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오늘 아침도 평범하게 기숙사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뜨고, 아침을 간단히 시리얼로 먹었고, 씻고 교복을 입고 제 반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먼저 제 옆자리에 앉아있는 홍빈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후 잡담을 나눈 것뿐이었다. 그러다가 담임이 와서 출석을 불렀고, 그리고... 나서부터였던가?
“아, 그리고 오늘 전학생이 왔는데.“
학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반은 꽤나 시끄러워졌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는 술렁거리는 반 아이들을 한 번 둘러본 학연의 행동은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간접적인 그 특유의 표현이었다. 아예 흥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기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지만 제 옆의 홍빈은 큰 눈을 번쩍 뜨고 반짝거리는 눈빛을 학연에게로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도 좋은 일인가, 이게. 원식도 묻어두던 고개를 들어 슬쩍 교문 쪽을 바라보았다. 학연이 다시 목을 다듬고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원인이 아니라 반류야.“ 제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학연의 말에 눈을 홍빈보다도 더 동그랗게 뜨며 학연을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요, 방금. 입까지 헤벌리며 어버버 거리는 원식의 모습에 홍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얘가 새삼스럽게 왜 이런담, 드디어 미친 건가.
저가 다니는 이 학교는 분명 원인들만 다니는 학교였다. 암, 그래서 경종 반류인 김원식. 자신도 이곳으로 온 거고. 첫인상이 꽤 사나워 보인다는 게 이런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다들 원인으로 알고 편한 학교생활을 누리던 그였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락 같은 소리래요, 어머니. 게다가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아직 기숙사 룸메이트가 없는 제게도 룸메이트가 생긴다는 건데, 그럼 그 전학 오는 반류와 같이 방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원식은 이 학교에 전학 온 지 오래 안 되었기 때문.) 미친. 애써 갖가지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비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해봐야 중종이라도 오겠어? 실제로도 원식의 경우처럼 경종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숨겨서 원인 학교를 다니는 경종들은 많았으니까. 같은 경종끼리 같은 방 쓰면 오히려 더 편할지도 모르지. 자신 나름의 위로를 되새기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바로 후에 교문을 열고 들어온 전학생의 모습은 원식의 멘탈을 깨부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의 바람은 처참히 짓밟혔다.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서는 자연스레 교탁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의 모습에 양옆에서 감탄사와 함께 몇몇 여자아이들의 잘생겼다는 탄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저는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 보면 노려보는 것 같았으려나. 쨌든, 학연의 옆에 선 그는 학연보다도 조금 더 큰 키를 가졌다. 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도 익숙한 건지 술술 자기소개를 하는 그였다.
“이재환이라고 해, 잘 부탁해.“
넉살 좋게 반 아이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여자애들의 탄식이 들려왔다. 원식에게는 그 마저도 거슬렸지만. 뭐, 그래도 제 눈에는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여주면서 눈꼬리가 휘는 모습이 강아지 같았달까. 물론 이건 원식만의 착각이었다.
“네가 김원식이야?“
“그렇다면?“
아아~ 저를 향해 환히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재환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흘기며 대충 던지는 대답엔 누가 봐도 성의가 없었다. 재환은 그의 태도에 잠시 주춤거리는 듯싶더니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건네었다.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 재환이 아니꼬운 건 사실이었지만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는데. 자꾸만 저를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오는 재환에 짜증이 난 원식이었다. 솔직히 짜증이 날 만 했다. 참을성이 많지 않은 저였으니까. 저 멀리서 눈에 불을 켜며 저희를 쳐다보는 여자애들을 제외하면, 제가 아닌 홍빈이었어도 재환을 내칠 만 했다. 귀찮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내게 관심을 좀 주세요! 하면서 놀아달라고 보채는 것만 같았달까. 으, 이제는 기숙사에서도 피곤할 것만 같았다.
“아오, 진짜!“
재환은 그 뒤로도 원식을 졸졸졸 따라다녔다. 옥상까지는 따라올 줄 몰랐는데, 이쯤 되면 제게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쫓아오는 재환에 결국 참다못한 원식이 뒤돌아 재환의 눈을 노려보며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왜 자꾸 귀찮게 따라다니는 거냐고!“ “뭐? 내가 언제..“ “지금도! 아까부터 계속 따라왔잖아?“ “우리 룸메이트라며? 선생님이 너랑 우선 친해지라고 했단 말이야.“ “아, 씨발!“ 난 별로 너랑 친해지고 싶지 않거든? 화내지 말자.. 속으로 화를 삭이며 다시 재환에게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알겠으니까 앞으로는 나 따라오지 마.“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다. 오늘이 금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후우. 무거운 발걸음을 기숙사로 향해 옮겼다. 내 행복한 안식처! 였지만.. 이제는 훼방꾼이 생긴 거나 다름없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커다란 그림자.. 어?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보이는 건 이재환이었다. 원식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벙찐 얼굴로 눈을 느리게 껌뻑이며 재환을 쳐다볼 뿐이었다. “안 들어와?“ 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재환의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그를 무시하듯 지나 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벌써 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저기,“
“아, 네 침대는 그거니까 거기서 자라. 더 이상 나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았지? 자신에게 말을 걸려던 재환의 첫마디를 딱 잘라 말하는 원식에 재환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이제는 귀찮은 짐덩이도 없어졌겠다 싶어 마음이 놓인 원식은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에 빠져든 지 얼마 안 지나서였던가, 갑자기 느껴지는 뻐근함에 잠에서 깨버린 원식이 힘겹게 몸을 일으킨 원식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오, 오래간만에 푹 자는 건데 왜 갑자기 깨고 난리야. 비몽사몽 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 화면을 켜자 1시 반이라며 환한 화면이 제 눈에 비치자 눈을 살짝 찡그린 원식이 다시 화면을 껐다. 새벽이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들 잘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화장실에서 문 밖으로 약간의 빛이 새어 나와 있었다. 뭐지, 지금 이 시간이 씻나. 알 게 뭐람. 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몸을 뒤척이자 열이 훅 올라왔다. 몸 이곳저곳도 갑자기 뻐근하고, 감기인가? 하며 원식은 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예상대로 이마는 뜨거웠다. 아이고, 유난히 이재환을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던 하루가 생각나 애꿎은 화장실 문을 노려보았다. 내가 쟤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해? 애써 침착하게 숨을 내쉬자 점점 뜨거워지는 온몸에 원식도 당황스러웠다. 감기몸살인 것 같았다. 아니, 감기몸살이랑은 조금 증상이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머리가 갑작스럽게 핑 도는 것만 같아 정신이 아찔했다. 잠 편히 자면 다 낫겠지. 아, 전에 전학 왔을 때 학교에서 나눠주었던 약들이 문득 떠오른 원식은 제 침대 옆 책상 서랍에 넣어뒀었기 때문에 약이라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서랍을 향해 차가운 바닥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원식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일으키려고 애를 써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안 일어나지지? 미친, 이 소리를 들은 건지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줄기 소리가 뚝 끊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가. 이런 꼴을 보이는 건 싫었지만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화장실 문이 열리고 뒤이어 나오는 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꼴을 보자하니 머리를 감은 것 같았다. 아직도 물이 조금씩 맺혀 바닥에 떨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바닥에서 끙끙거리는 저를 발견한 재환이 제게로 다가왔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나, 나 좀... 일으켜줘.“
아까까지만 해도 이제는 아는 척하지 말라며 선을 긋던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분명 그도 기가 차겠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계속 쓰러져 끙끙거리는 건 더 싫었으니까. 설마 자신과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해서 아픈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쓰, 예상대로 제게로 다가와 손을 내미는 재환의 손을 잡고 힘겹게 일어났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강렬한 페로몬 향에 원식은 다시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 하윽... 뭐야.. 이거, 뭐.. 야?“
“김원식..?“
“아읏... 하, 이상해.. 흐윽.. 이거, 뭐.. 뭐냐고.. 후으으..“
재환의 페로몬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슨 페로몬이 이렇게도 강한 건지, 왜 얘한테서 이런 향이 나는 거야. 원식이 느끼는 페로몬의 크기는 절대 경종의 것일수가 없었다. 중간종?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급이 높은 차이였다. 잠시 재환과 저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뿐이었는데 씻고 나와서 그런지 미미하게 그에게서 페로몬이 흘러나온 게 자신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더욱 달아오른 몸과 느껴지는 야릇한 기분에 몸이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숨이 가파르져갔고 자신도 모르게 혼현까지도 방출되어 버렸다. 새하얀 귀와 황토빛의 꼬리가 톡, 튀어나온 것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놓고 있었다. 원식의 행동에 재환도 적잖아 놀란 것 같았다. 분명 학교 안에 반류는 자신뿐인 줄 알았겠지, 제 룸메이트라는 애가, 갑자기 저를 부르며 신음을 뱉으면서 혼현까지 드러낸 채 낑낑거리고 있다니. 윽, 그것보다도 재환 자신도 원식이 내뿜는 달달한 페로몬에 정신이 아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자꾸만 자신의 이성을 자극하는 원식의 신음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이, 이재환.. 이거, 뭐야..? 흣... 아으으, 윽.. 몸, 이.. 이상해.. 힉..“
그럴수록 더 애가 타는 건 원식이었다. 얘는 괜찮냐면서 왜 가만히 있는 건지, 지금 제 앞에 있는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홍빈이든, 이재환이든 얼른 제 증상을 낫게 해줄 존재가 필요했다. 원식은 스스로 재환에게로 몸을 더 가까이 밀착했다. 힘겹게 재환에게로 다가가서는 자신이 먼저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포개었고, 그 후로 원식의 기억은 끊겼다. 재환의 핀트가 끊어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만.
“하윽, 응..! 아, 아파앗... 살살, 하으응!“
“후으, 네가, 먼저 조른 거야.“
“이, 재환.. 하읏, 나, 나 갈 것 같아아..! 기분, 흣.. 좋아아.. 하으윽, 아앙!“
서툴지만 본능에 따라 서로의 몸을 섞으며 서로를 탐했다. 살과 살이 마주칠 때마다 들리는 질척거리는 소리는 꽤나 색정적이었고, 그들의 몸 사이에 뿌려진 희멀건한 정액들과 타액들이 엉켜 탁한 색을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안겨오며 신음을 흘리는 원식의 내벽에 자신의 페니스를 미친 듯 박아대는 재환에 원식은 재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그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고 재환이 원식의 안에 사정을 함으로써 시끄러웠던 방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ST_Never_End_S)
“씨발.“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저기압이었다.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원식을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보는 홍빈에게 괜히 꺼지라며 화풀이를 했다. 내가 뭘 잘못했냐며 옆에서 저를 야려보는 홍빈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양팔에 얼굴을 묻으며 책상 위로 엎드렸다. 그냥 별 건 아니었고, 아닌가, 누군가에겐 심각할지도 모르는 문제였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 해당하는 게 자신이었기에 원식은 더욱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오늘 아침도 평범하게 기숙사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뜨고, 아침을 간단히 시리얼로 먹었고, 씻고 교복을 입고 제 반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먼저 제 옆자리에 앉아있는 홍빈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후 잡담을 나눈 것뿐이었다. 그러다가 담임이 와서 출석을 불렀고, 그리고... 나서부터였던가?
“아, 그리고 오늘 전학생이 왔는데.“
학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반은 꽤나 시끄러워졌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는 술렁거리는 반 아이들을 한 번 둘러본 학연의 행동은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간접적인 그 특유의 표현이었다. 아예 흥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기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지만 제 옆의 홍빈은 큰 눈을 번쩍 뜨고 반짝거리는 눈빛을 학연에게로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도 좋은 일인가, 이게. 원식도 묻어두던 고개를 들어 슬쩍 교문 쪽을 바라보았다. 학연이 다시 목을 다듬고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원인이 아니라 반류야.“ 제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학연의 말에 눈을 홍빈보다도 더 동그랗게 뜨며 학연을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요, 방금. 입까지 헤벌리며 어버버 거리는 원식의 모습에 홍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얘가 새삼스럽게 왜 이런담, 드디어 미친 건가.
저가 다니는 이 학교는 분명 원인들만 다니는 학교였다. 암, 그래서 경종 반류인 김원식. 자신도 이곳으로 온 거고. 첫인상이 꽤 사나워 보인다는 게 이런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다들 원인으로 알고 편한 학교생활을 누리던 그였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락 같은 소리래요, 어머니. 게다가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아직 기숙사 룸메이트가 없는 제게도 룸메이트가 생긴다는 건데, 그럼 그 전학 오는 반류와 같이 방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원식은 이 학교에 전학 온 지 오래 안 되었기 때문.) 미친. 애써 갖가지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비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해봐야 중종이라도 오겠어? 실제로도 원식의 경우처럼 경종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숨겨서 원인 학교를 다니는 경종들은 많았으니까. 같은 경종끼리 같은 방 쓰면 오히려 더 편할지도 모르지. 자신 나름의 위로를 되새기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바로 후에 교문을 열고 들어온 전학생의 모습은 원식의 멘탈을 깨부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의 바람은 처참히 짓밟혔다.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서는 자연스레 교탁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의 모습에 양옆에서 감탄사와 함께 몇몇 여자아이들의 잘생겼다는 탄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저는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 보면 노려보는 것 같았으려나. 쨌든, 학연의 옆에 선 그는 학연보다도 조금 더 큰 키를 가졌다. 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도 익숙한 건지 술술 자기소개를 하는 그였다.
“이재환이라고 해, 잘 부탁해.“
넉살 좋게 반 아이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여자애들의 탄식이 들려왔다. 원식에게는 그 마저도 거슬렸지만. 뭐, 그래도 제 눈에는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여주면서 눈꼬리가 휘는 모습이 강아지 같았달까. 물론 이건 원식만의 착각이었다.
“네가 김원식이야?“
“그렇다면?“
아아~ 저를 향해 환히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재환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흘기며 대충 던지는 대답엔 누가 봐도 성의가 없었다. 재환은 그의 태도에 잠시 주춤거리는 듯싶더니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건네었다.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 재환이 아니꼬운 건 사실이었지만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는데. 자꾸만 저를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오는 재환에 짜증이 난 원식이었다. 솔직히 짜증이 날 만 했다. 참을성이 많지 않은 저였으니까. 저 멀리서 눈에 불을 켜며 저희를 쳐다보는 여자애들을 제외하면, 제가 아닌 홍빈이었어도 재환을 내칠 만 했다. 귀찮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내게 관심을 좀 주세요! 하면서 놀아달라고 보채는 것만 같았달까. 으, 이제는 기숙사에서도 피곤할 것만 같았다.
“아오, 진짜!“
재환은 그 뒤로도 원식을 졸졸졸 따라다녔다. 옥상까지는 따라올 줄 몰랐는데, 이쯤 되면 제게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쫓아오는 재환에 결국 참다못한 원식이 뒤돌아 재환의 눈을 노려보며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왜 자꾸 귀찮게 따라다니는 거냐고!“ “뭐? 내가 언제..“ “지금도! 아까부터 계속 따라왔잖아?“ “우리 룸메이트라며? 선생님이 너랑 우선 친해지라고 했단 말이야.“ “아, 씨발!“ 난 별로 너랑 친해지고 싶지 않거든? 화내지 말자.. 속으로 화를 삭이며 다시 재환에게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알겠으니까 앞으로는 나 따라오지 마.“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다. 오늘이 금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후우. 무거운 발걸음을 기숙사로 향해 옮겼다. 내 행복한 안식처! 였지만.. 이제는 훼방꾼이 생긴 거나 다름없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커다란 그림자.. 어?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보이는 건 이재환이었다. 원식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벙찐 얼굴로 눈을 느리게 껌뻑이며 재환을 쳐다볼 뿐이었다. “안 들어와?“ 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재환의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그를 무시하듯 지나 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벌써 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저기,“
“아, 네 침대는 그거니까 거기서 자라. 더 이상 나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았지? 자신에게 말을 걸려던 재환의 첫마디를 딱 잘라 말하는 원식에 재환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이제는 귀찮은 짐덩이도 없어졌겠다 싶어 마음이 놓인 원식은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에 빠져든 지 얼마 안 지나서였던가, 갑자기 느껴지는 뻐근함에 잠에서 깨버린 원식이 힘겹게 몸을 일으킨 원식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오, 오래간만에 푹 자는 건데 왜 갑자기 깨고 난리야. 비몽사몽 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 화면을 켜자 1시 반이라며 환한 화면이 제 눈에 비치자 눈을 살짝 찡그린 원식이 다시 화면을 껐다. 새벽이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들 잘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화장실에서 문 밖으로 약간의 빛이 새어 나와 있었다. 뭐지, 지금 이 시간이 씻나. 알 게 뭐람. 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몸을 뒤척이자 열이 훅 올라왔다. 몸 이곳저곳도 갑자기 뻐근하고, 감기인가? 하며 원식은 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예상대로 이마는 뜨거웠다. 아이고, 유난히 이재환을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던 하루가 생각나 애꿎은 화장실 문을 노려보았다. 내가 쟤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해? 애써 침착하게 숨을 내쉬자 점점 뜨거워지는 온몸에 원식도 당황스러웠다. 감기몸살인 것 같았다. 아니, 감기몸살이랑은 조금 증상이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머리가 갑작스럽게 핑 도는 것만 같아 정신이 아찔했다. 잠 편히 자면 다 낫겠지. 아, 전에 전학 왔을 때 학교에서 나눠주었던 약들이 문득 떠오른 원식은 제 침대 옆 책상 서랍에 넣어뒀었기 때문에 약이라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서랍을 향해 차가운 바닥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원식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일으키려고 애를 써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안 일어나지지? 미친, 이 소리를 들은 건지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줄기 소리가 뚝 끊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가. 이런 꼴을 보이는 건 싫었지만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화장실 문이 열리고 뒤이어 나오는 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꼴을 보자하니 머리를 감은 것 같았다. 아직도 물이 조금씩 맺혀 바닥에 떨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바닥에서 끙끙거리는 저를 발견한 재환이 제게로 다가왔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나, 나 좀... 일으켜줘.“
아까까지만 해도 이제는 아는 척하지 말라며 선을 긋던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분명 그도 기가 차겠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계속 쓰러져 끙끙거리는 건 더 싫었으니까. 설마 자신과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해서 아픈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쓰, 예상대로 제게로 다가와 손을 내미는 재환의 손을 잡고 힘겹게 일어났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강렬한 페로몬 향에 원식은 다시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 하윽... 뭐야.. 이거, 뭐.. 야?“
“김원식..?“
“아읏... 하, 이상해.. 흐윽.. 이거, 뭐.. 뭐냐고.. 후으으..“
재환의 페로몬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슨 페로몬이 이렇게도 강한 건지, 왜 얘한테서 이런 향이 나는 거야. 원식이 느끼는 페로몬의 크기는 절대 경종의 것일수가 없었다. 중간종?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급이 높은 차이였다. 잠시 재환과 저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뿐이었는데 씻고 나와서 그런지 미미하게 그에게서 페로몬이 흘러나온 게 자신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더욱 달아오른 몸과 느껴지는 야릇한 기분에 몸이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숨이 가파르져갔고 자신도 모르게 혼현까지도 방출되어 버렸다. 새하얀 귀와 황토빛의 꼬리가 톡, 튀어나온 것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놓고 있었다. 원식의 행동에 재환도 적잖아 놀란 것 같았다. 분명 학교 안에 반류는 자신뿐인 줄 알았겠지, 제 룸메이트라는 애가, 갑자기 저를 부르며 신음을 뱉으면서 혼현까지 드러낸 채 낑낑거리고 있다니. 윽, 그것보다도 재환 자신도 원식이 내뿜는 달달한 페로몬에 정신이 아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자꾸만 자신의 이성을 자극하는 원식의 신음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이, 이재환.. 이거, 뭐야..? 흣... 아으으, 윽.. 몸, 이.. 이상해.. 힉..“
그럴수록 더 애가 타는 건 원식이었다. 얘는 괜찮냐면서 왜 가만히 있는 건지, 지금 제 앞에 있는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홍빈이든, 이재환이든 얼른 제 증상을 낫게 해줄 존재가 필요했다. 원식은 스스로 재환에게로 몸을 더 가까이 밀착했다. 힘겹게 재환에게로 다가가서는 자신이 먼저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포개었고, 그 후로 원식의 기억은 끊겼다. 재환의 핀트가 끊어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만.
“하윽, 응..! 아, 아파앗... 살살, 하으응!“
“후으, 네가, 먼저 조른 거야.“
“이, 재환.. 하읏, 나, 나 갈 것 같아아..! 기분, 흣.. 좋아아.. 하으윽, 아앙!“
서툴지만 본능에 따라 서로의 몸을 섞으며 서로를 탐했다. 살과 살이 마주칠 때마다 들리는 질척거리는 소리는 꽤나 색정적이었고, 그들의 몸 사이에 뿌려진 희멀건한 정액들과 타액들이 엉켜 탁한 색을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안겨오며 신음을 흘리는 원식의 내벽에 자신의 페니스를 미친 듯 박아대는 재환에 원식은 재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그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고 재환이 원식의 안에 사정을 함으로써 시끄러웠던 방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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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血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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